[여의도풍향계] 657조 예산 전쟁, 곳곳서 충돌…지각처리 도돌이표?

2023-11-19 1

[여의도풍향계] 657조 예산 전쟁, 곳곳서 충돌…지각처리 도돌이표?

[앵커]

국회가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습니다.

여야 곳곳에서 증액과 감액 전쟁을 벌이는 모습인데요.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데다 정국 급랭 요소도 남아 있어 올해 역시 지각처리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임혜준 기자가 여의도풍향계에서 내다봤습니다.

[기자]

국회 예산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여야가 총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 건데요.

여당은 정부 예산안 사수를, 야당은 정부 주력 사업에 대한 칼질에 나서면서, 벌써부터 곳곳에서 파열음입니다.

"예산 발목잡기와 정쟁을 계속하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집권여당의 본분을 다해 내년 예산안을 최종 통과시키는 데 최선을…"

"정부가 긴축재정으로 국민에게는 고통을 전가하면서 중요하지 않고 시급하지 않은 일에 방만하게 편성된 예산을 바로잡겠습니다."

가장 큰 전쟁터가 된 곳, 과방위입니다.

연구개발 예산, R&D 예산이 쟁점이 됐는데요.

수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한 끝에 결국 야당이 밀어붙인 예산안이 소위를 그대로 통과했습니다.

민주당은 정부 편성 예산에서 약 2조원을 증액하고, 1조 2,000억원을 감액했습니다.

약 8,000억원 가량이 순증된 셈인데요.

증감, 어디서했나 들여다보니 삭감은 글로벌 연구센터 지원 등에서 이뤄졌고, 연구원 운영비 지원 등에서 예산이 늘어났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R&D 발전 핵심 사업 예산은 깎고, 대신 정부가 조정에 나섰던 운영, 인건비는 더 투입한 겁니다.

"삭감된 청년연구자 인건비를 복구하고, 과학기술분야 연구원들의 지속 사업에 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지만, 막을 도리는 없었습니다.

야당이 앞장서 인건비부터 '복원'에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연구성과와 관계없이 연구비를 나눠가지는 이른바 'R&D 카르텔' 끊어내겠다며 개혁을 예고했는데요.

예산 삭감을 추진하자, 일선 연구원들 사이 원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를 놓칠리 없는 야당, 당 대표부터 현장에 달려갔습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직에서 쫓겨나거나 생계에 위협을 겪는 이런 황당무계한 일들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당, 급한 불 꺼야겠죠.

같은 날, 청년 연구원들을 만났습니다.

"연구개발에 무한 투자를 하면 좋겠습니다만 쓸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듣고, R&D 예산 삭감에 따른 부작용이 없도록 꼼꼼하게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방만했던 예산은 줄이고 대신 미래 신성장 동력을 키워주는 예산은 늘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삭감이 아닌 '재구조화'라며 달랬습니다.

그동안 '무풍지대'에 있었던 R&D 예산을 두고 여야가 돌연 증액 경쟁에 들어간 기이한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예산 전쟁은 다수 의석 가진 거대 야당에 유리했습니다.

국토위에선 새만금 관련 예산이 1,400억원 가량 늘어난 반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설계비 예산은 절반이 깎인 61억원이 편성됐습니다.

행안위에선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7,000억원 증액됐고, 환노위에선 윤석열 정부의 청년 핵심 지원 사업인, 청년 취업 진로 예산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모두 야당 단독으로 소위 문턱을 넘었습니다.

국민의힘, 헌법 위반이자 거대 야당의 월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예산 증액은 국정운영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부담만 늘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해가 바뀌기 30일 전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해야 합니다.

30일. 역으로 계산했을때 처리 법정시한은 즉, 다음달 2일이 되는 셈이죠.

이 사이 상임위에서 올라온 예산안에 대한 예결위의 종합 증감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여야 대치 각이 큰 상황입니다.

예산안 지각 처리 오명, 다시 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국회는 최근 2년 연속으로 법정 기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법정 기한을 3주나 넘겨,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민망한 타이틀을 얻기도 했죠.

올해 상황은 더 나쁠 수 있습니다.

야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 선언하고, 여당도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서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지난 본회의 야당 주도로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윤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지각 처리와 별개로 올해 예산안, 마구잡이 증액 시도가 빈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내년 총선이라는 큰 이벤트가 있기 때문인데요.

여야 할 것 없이 선거를 의식한 각종 '선심성' 예산 배치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 벌써부터 들려옵니다.

올해는 60조원이라는 역대급 세수 결손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당장 눈 앞의 표심 얻기보다 민생, 나라살림에 대한 고민이 더 절실한 때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junelim@yna.co.kr)

PD 김효섭
AD 김희정
송고 임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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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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